1. 아래의 내용은 내 짧은 지식과 다소 불분명한 루머들을 바탕으로 한, 매우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2. 뉴트리노(중성미자) 실험을 하는 세팅/방법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T2K, MINOS, NOvA(예정) 등에서 사용하는 Long Base Line. 뉴트리노는 중성자빔을 타겟에 때려서 얻고, 뉴트리노가 먼 거리를 이동하게끔 한 후 원거리(~200km)에 있는 디텍터로 관측하는 법.

T2K Experiment. 출처: http://t2k-experiment.org/t2k/
다른 하나는 Daya Bay, RENO, Double Chooz 등에서 이용하는 Reactor Neutrino Measurement. 발전소에서 생성되는 뉴트리노를 이용해서, 단거리(~2km)에 있는 디텍터로 관측하는 법.

Double Chooz Experiment.
출처: http://www.columbia.edu/cu/physics/research/main/particlephysics/experiments.html
이 두가지 방법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전자의 경우 측정할 수 있는 physical constant들이 많다는 장점이, 후자의 경우 비교적 빠른 결과 (관측 시작 후 수개월)를 얻을수 있다는 뚜렷한 장점이 있다.
3. 최근에 뉴트리노 실험에서의 화두는 theta_13를 측정하는 것. 뉴트리노에는 3가지 flavor가 있다- electron neutrino, muon neutrino, 그리고 tau neutrino가 그것이다. 이 뉴트리노는 한가지 flavor로 가만히 머물러 있는것이 아니라, 다른 flavor로 변화하는데 이를 Neutrino Oscillation이라고 부른다. 이 Oscillation은 PMNS Matrix를 통하여 표현되어지는데, 이 행렬의 variable중 유일하게 (정밀하게) 관측이 안된 상수가 바로 theta_13와 CP-Violation Phase Factor delta이다.
이 Theta_13가 중요한 것은, 이 상수를 정확하게 측정하게 된 후에서야 위에서 언급한 CP violation phase factor도 밝혀지기 때문이다 (delta는 홀로 나타나지 않고 theta_13와의 product로 나타나기 때문). Delta는 "왜 우리 우주에는 '물질'만 존재하고 '반물질'은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해 줄수 있다.
4. T2K에서 theta_13에 대한 2.5 sigma의 결과를 내놓은지 6개월여만에 Daya Bay에서 5.2 sigma의 결과를 발표하였다 (입자실험의 경우, 5 sigma가 되어야 'discovery'로 인정받는다. 1-2 sigma는 'Hint', 2-4 sigma의 경우는 'Indication' 을 봤다고 한다. 최근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CERN의 힉스입자탐색관련 실험결과는 약 2.5 sigma이다). 그리고 1개월 후, RENO에서 ~6 sigma의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최소한 발표 당시에는).

Daya Bay Experiment. 출처: http://dayawane.ihep.ac.cn/docs/experiment.html
재미있는 것은, 중국+미국그룹인 Daya Bay와 한국그룹인 RENO와의 경쟁이 굉장히 치열했다는 것 (T2K등의 그룹은 세팅이 다르기 때문에, 경쟁을 하긴 해도 위의 두 그룹같은 직접적인 경쟁은 아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실험을 시작한 두 그룹이었기에, 누가 더 빨리 결과를 발표하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RENO Experiment. 출처: http://hcpl.knu.ac.kr/neutrino/neutrino.html
5. 문제는 (적어도 RENO쪽에서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Daya Bay쪽에서 본격적인 관측시작 날짜를 속였다는 (최소한 숨겼다는) 사실이다. RENO쪽의 주장이 '패자의 변명'만으로 받아들여질 것은 아닌것이, 이런 거대입자실험의 가동/관측날짜는 거의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데다가 (collaborator만 250명이 되는데 숨기기가 오히려 더 힘들다) 우리쪽 T2K같은 외부 실험그룹에서도 대략적인 날짜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Daya Bay가 외부에 발표한 관측(예정)날짜와 실제 날짜와는 꽤나 큰 차이가 있었다는것만은 사실로 보여진다.
그 차이가 거의 3개월이나 되었고, RENO그룹은 그 날짜에 맞추어 그보다 조금 더 일찍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뒷통수를 심하게 맞은격. 5sigma의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더이상 그 실험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신뢰도이기 때문에 거의 같은 세팅으로 같은 실험을 한 RENO의 경우는 '완전한 뒷북'을 쳐버리게 된것이다. RENO의 책임자인 서울대학교 김수봉 교수는 최근 BNL에서 한 발표 도중 공개적으로 당혹감을 표시하기도 하였다.

RENO Presentation at BNL. 출처: http://www.phy.bnl.gov/~partsem/fy12/RENO-results-seminar-new.pdf
6.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것은, RENO쪽에서 큰 실수를 했다는 것. 처음에 언론에 실험결과를 발표했을때는 6 sigma의 결과로 발표했으며 Daya Bay보다 발표가 늦은것은 좀 더 높은 Significance level을 위해 데이터를 모았다는 변명/핑계/이유가 일견 타당한 듯이 보였다. 하지만 발표한 후 2주도 되지 않아 RENO는 6 sigma의 결과값을 철회하고 4.9 sigma로 바꾸어 발표한다 (데이터 결과값 측정상의 오류라고 한다). 결국에 RENO는 Daya Bay보다도 낮은 significance level의 결과를, Daya Bay보다도 늦게 발표하게 되어버려 '완전한 패배'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7. 아무래도 RENO는 거의 순수한 한국그룹이기때문이라서 그런지, 그쪽에 동정심이 생기는건 사실이다 (무엇보다 RENO는 한국에서 최초로 주도하고있는 입자실험그룹이기 때문에 더더욱..).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모든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일반인에게는 매우 생소한 이 분야에서 역시, 굉장히 치열하고 숨막히는 경쟁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다.


